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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박원순 계승, 어제는 노무현 계승.. 유훈의 정치가 횡행한 정국
  • 편집국
  • 등록 2021-02-17 00: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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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정신 계승… 늘 곁에 있겠다”


계승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다른 존재로부터 물려받거나 혹은 이어받다는 뜻. 주로 높은 자에게서 낮은 위치에 있는 자가 물려받거나, 또는 자식이 부모에게서 뭔가를 물려받는다는 의미이다. 워크래프트 3 아서스 메네실은 아버지를 살해해 강제로 왕위를 계승(...)하여 큰 임팩트를 주었다.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Succeeding you father)라는 명대사(?)가 생겼다. 역사에서 계승 문제는 상당히 미묘하다. 게르만족의 유산을 계승한 프로이센이나 로마를 계승했다고 주장하던 국가들처럼 복잡한 문제가 많다. 

그런데 최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계승이라는 말로 언론을 도배질 하고 있다. 박원순시장을 계승한다고 했던 게 엊그제인가 싶었는데, 또 다시 노무현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늘 곁에 있겠습니다. 꿈을 이루겠습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우 후보는 참배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봉하에 다녀왔다. 날이 따뜻하다. 잘 왔다며 맞아주시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우 후보는 “6월 항쟁의 동지이자 그리운 대통령님. 저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며 ‘내일도 꿈꾸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저 또한 ‘저의 ’내일을 꿈꾸는 서울‘이 있다. 불평등하지 않고, 가진 이든 못 가진 이든 누구나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 서울 시장이 되어 당신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차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권양숙 여사님과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열심히 하라‘는 격려가 어느 때보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우상호 예비후보는 연차적으로 계승 유훈을 강조하는 것일까? 


진보가 오랜 기간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그 가운데 '계승과 발전'을 '변화와 발전'보다 먼저 고려하는 정치 문화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과 다른 길, 즉 변화를 먼저 강조하는 보수의 정치 문화와 달리 진보는 전임 정권의 계승을 먼저 이야기하고 나중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변화를 모색한다. 단절보다는 계승을 강조하는 문화가 보수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승의 관점에서 보면 전임 권력에 대한 평가는 바로 현 권력에 대한 미래 평가의 시금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재의 권력이 미래의 후임 권력에 계승된다는 점을 정치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임 권력에 대한 평가는 바로 현재의 권력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임 권력에 대한 평가'를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미래를 위해 회피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또 이 말이 기억의 한 편에 스며드는 걸 느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합하고 대연합하라는 유언은 지나간 한국 정치사가 증명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움직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피울음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이 대연합을 유언으로 남긴데는 1987년 후보 단일화 실패로 인한 분열로 민주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나서 1997년 대선때 시민사회세력과 연합하여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데 이어 2002년 대선 또한 대연합을 통한 집권으로 외환위기 극복등 구국적 업적을 쌓아 국민적 신임을 얻은 상태에서 대연합 전선을 더욱 강화하여 제2기 노무현 민주정부를 재창출한데 따른 경험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교훈화하지 못한 노무현 정부가 민주당 분당등 분열로 제3기 민주정부 창출에 실패한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실패의 근원인 분열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대연합 유언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아무튼 민주당과 야4당,그리고 대부분의 민주시민사회 단체가 대연합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유언에 공감하고 대단합을 위한 행동정차를 모색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처럼 숭고한 살신성인의 서거로 만들어준 대단합, 대연합을 뒤집어 엎으려는 무리들이 대연합 정치방죽에 구정물을 일구고 있어 통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미꾸라지 한마리가 방죽물을 흐리는것과 다름없는 단합과 대연합에 어깃장을 놓는 정치 배신자들은 한줌도 안되는 일부 친노세력들이었다.


9월2일 '노무현 가치'계승을 내세우며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주축이되고 천호선, 이병완등 신당파까지 망라한 범 친노세력들이 발족시킨 가칭 '시민주권모임'의 정치적 정체가 심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정권을 창출하지 못했다면 자신들이 노무현정권하에서 권세를 어찌 누렸겠는가. 그런데도 민주당 분당으로 정권을 빼앗긴 노 전 대통령의 가치만 계승하고 김 전대통령의 가치계승은 쏙 빼버리다니 이야말로 개호종자만도 못한 후안무치한 정치작자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 전 대통령의 봉분의 흙이 마르기도전에 노무현의 가치계승이라고? 결국 친노정당을 만들겠다는 교활한 친노 본색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천호선, 이병완, 김병준 3인방이 주축이 된 분열적 종파주의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후 신당창당 운운하며 흑심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잡더니 김대중 전 대통령 병원 입원중에도 충청도 산골에 모여 산도적들처럼 딴살림을 차리자며 작당과 모의를 계속한끝에 김 전 대통령 서거 하루전인 8월17일 '친노신당'창당을 선언하는 반정치 도의적 망동의 결과물이 위장 친노신당 '시민주권 모임'인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대연합 유지를 조롱이라도 하듯 민주당을 가리켜 "민주당 역사 수십년 이래 최악" 이라는 인간이하의 망언을 늘어놓으며 노무현의 정치적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는 '참여 민주주의, 지역주의 극복' 지향 신당을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우상호 예비후보의 계승발언에서 과거 노무현의 행적이 노정되는 이유가 왜일까? 뭐만 보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서 오는 서늘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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