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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지사의 기본소득정책 , 20세기 유물정책인가
  • 편집국
  • 등록 2021-02-18 0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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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을 겨냥한 감정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조대형 대기자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세 가지의 역사적 기원이 있다. 최소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16세기 초에 최초로 등장했다. 조건 없는 일회적 급부이라는 아이디어는 18세기 말에 최초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 둘은 19세기 중엽에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형성되면서 최초로 결합됐다.


특정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정부가 보장하는 최소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는 더 명확하고 급진적인 아이디어보다 매우 오래된 것이다.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빈민들의 복지를 살피는 임무는 교회의 독점적인 보호나 자비로운 개인들의 일로 치부되지 않게 되었다. 소위 인문주의자들로 불리는 몇몇은 공공부조 형태의 최소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1516년 루뱅에서 출판된 토마스 모어(1478~1535년)의 <유토피아>에서 안트베르펜 시의 중앙광장을 지나가던 포르투갈의 여행자 라파엘 논센소는 자신이 캔터베리 대주교인 존 모튼과 나눴다는 대화를 소개한다. 그는 살인율을 높이는 불쾌한 부작용이 있는 사형선고를 도둑들에게 내리는 것보다 이러한 계획이 도둑질과 싸우는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이 17일 “지금 한국 사회에서 완벽한 의미의 기본소득을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제'를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국민생활기준 2030' 등 신복지제도를 설계하는 데 참여한 인사다.


중앙대 교수인 김 전 수석은 이날 국회 연구단체인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이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복지 비전'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기본소득제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전 수석은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지만 기본소득이 삶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한의 생활만을 보장한다는 20세기 ‘최저선’ 개념으로는 국민들의 삶의 불안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간판 정책인 기본소득을 ‘20세기 개념’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연구단체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이끌고 있다.


기본소득제에 선을 그은 김 전 수석은 "기본적 삶의 보장은 소득보장을 넘어 주거와 돌봄, 의료, 문화, 환경, 교육 등 삶의 재생산에 필요한 전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저 국민생활기준'을 설정해 전반적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와 상통하는 개념이다. 또 '2022년까지 전국민이 생애주기에 따라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국가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이 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제안한 신복지제도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라는데 확신하지만,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을 배제할 이유는 아니다”라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정책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이 지사가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를 ‘고인물’로 깎아 내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런데 이재명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20세기 유물이라고 깎아내린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지적은 이재명을 겨냥한 감정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20세기에는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이 특히 집중된 세 시기가 있었다. 첫 번째로, “사회 배당”, “국가 보너스”, “국가 배당” 같은 이름으로, 진정으로 조건 없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이 영국의 전간기 논쟁에서 전개되었다. 

두 번째로, 몇 년간의 침묵 이후 1960년대와 1970년대 동안 미국의 “시민보조금”과 “음의 소득세” 제도에 관한 논쟁에서 이 아이디어가 재발견됐으며 상당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 이후로 기본소득 제안이 북서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 활발하게 토론됨에 따라 논쟁과 탐구의 새로운 시기가 도래했다. 

이와는 아주 별개로, 20세기에는 또한 알래스카의 모든 거주자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는 알래스카영구기금(APF)이 조성됨으로써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의 특징을 모두 갖춘 계획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재명지사의 주장이 20세기 유형이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조대형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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