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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역사반추에서 현재를 생각하다
  • 편집국
  • 등록 2021-02-23 09: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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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대의 희극인 배삼룡의 삶과 죽음
  • 배삼룡은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어제의 역사반추에서 현재를 생각하다

 

 희대의 희극인 배삼룡의 삶과 죽음 

 

 배삼룡은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11년전 223일 84세로 타계한 배삼룡은 1970년대 국내 코미디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1970년대는 희극의 시대였다. 1926년생 배삼룡과 구봉서, 1928년생인 서영춘, 1935년생 이기동 등이 대한민국에 웃음을 전파했다. 이들은 모자라 보이는 외양과 어수룩한 말투, 서툰 몸짓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아낌없이 웃겼다.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기를 통과하며 도시와 농촌, 세대와 세대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던 시대다. 그들의 연기는 동시대 사람들이 시대에 적응하면서 느꼈던 미숙함과 아찔함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자기를 낮추는 그들의 연기는 저질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코미디의 본류가 됐다.

 

1970년대 코미디의 대표주자 배삼룡씨는 지금의 중장년 세대에게 비실이라는 별명으로 친숙하다그는 별명에 걸맞게 비실거려서 웃기고멀쩡히 걸으면 의외의 효과로 더 많은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인이었다전성기 이후에도 바보 연기의 원조로 통하며 젊은 세대에게까지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이주일 심형래 이창훈 심현섭으로 이어지는 바보연기의 윗자락에는 배삼룡이라는 이름이 있다.

 

배씨의 이름이 최근 언론에 다시 오르내리게 된 것은 서울아산병원과의 체납 진료비 재판 때문이다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8월 13000만원 상당의 진료비를 납부하라고 배씨와 가족들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올해 25일에는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이 판결에 따르면입원비와 소송비용을 포함 2억여 원을 배씨와 가족들이 병원에 지급해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이 얽힌 뜻밖의 소식이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본디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훨씬 빠르게 옮겨 다니는 법이다게다가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배씨의 치료를 둘러싸고 갖은 구설이 잇따랐다그는 지금 어떤 상태이며가족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궁금했다.

 

배씨는 1946년 악극단 민협에 입단하면서 연예인의 길에 들어섰다자라난 고향인 춘천에 악극단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삼룡이라는 예명을 이때 얻었다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창순어딘가 부족하면서도 친숙한 이름의 배우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삼룡이란 이름이 훗날의 그를 만들었고나중에 정식으로 개명했다.

이른바 '몸 개그'로 불리는 슬랙스틱 코미디의 대가로바보 연기와 개다리춤으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구봉서이미 작고한 서영춘과 함께 코미디계의 '남자 트로이카'를 이루는 대표주자였다.

 

배삼룡은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3세 때 큰 형을 따라 일본 도쿄로 건너가 우에노 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1945년 광복 이후에 국내로 돌아와 곧바로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뭐하나 변변치 않았던 환경 속에서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곳은 유랑 악극단 '민협'의 천막무대였다. '장미' '무궁화' '삼천리등 많은 악극단을 거치면서 익살맞은 코믹 연기로 명성을 쌓은 후 1969년에 MBC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했다.

 

최고 전성기는 1970~1980년이었다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웃으면 복이와요등에서 '비실이캐릭터와 개다리춤으로 인기를 끌었다.

 

납치극 소동은 당시 그의 인기를 입증하는 일화 중의 하나다폭발적인 인기 덕에 그의 출연을 두고 MBC·KBS·TBC 등 방송국들이 섭외경쟁을 벌이면서 1973년 12월에는 급기야 대낮에 납치극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맹활약했다. 1966년 '요절복통 007'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주연 데뷔한 후 '형사 배삼룡'(75) '형님 먼저 아우 먼저'(80) '마음 약해서'(80) 등에서 특유의 코미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시련을 맞았다바보 연기가 신군부 정권으로부터 '저질 코미디'로 비난받으며 '연예인 숙정대상 1'로 지목돼 한동안 TV에서 모습이 사라졌다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세 김씨 중 한 명을 드러내놓고 지지했던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2002년 76세의 나이에 '그 시절 그 쑈를 아십니까무대에 서는 투혼을 발휘했으나병세가 악화돼 2007년 6월부터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장기간의 투병생활로 15000만원의 진료비가 체납되면서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조대형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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